국내 주식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펀드에 가입하기 시작한 지 1년여가 지났다. 투자자들이 주로 가입한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의 강세로 해외 펀드 가입자들의 중간 성적표는 기대 이상. 특히 중국 주식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차이나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대부분 100%를 훌쩍 넘고 있다. 중국, 중남미, 러시아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외국인 펀드매니저들은 각각의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중국펀드 : 클로드 티라마니 BNP파리바투신 펀드매니져 ■

- "일시적 조정왔을때 투자하라!"

신한BNP파리바의 봉쥬르차이나펀드는 지난해 79%로 해외 펀드 가운데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며 중국 펀드 붐을 불러일으킨 주역이다. 올해도 중국 증시 급상승으로 연초 이후 86%라는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봉쥬르차이나펀드를 비롯해 BNP파리바 이머징마켓펀드를 17년째 운용하고 있는 클로드 티라마니 BNP파리바투신 펀드매니저. 그는 지칠 줄 모르고 상승하는 중국 증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근 한국을 방문한 티라마니 매니저는 “급등 부담으로 15% 정도 단기 조정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가 아직 높은 상승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정 시기를 잘 이용하면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증시의 장기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중국 경제가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동력이 이동하며 균형 잡힌 모습으로 발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된 내수 소비 인구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중산층은 2000년 4000만명에서 현재 7000만명으로 급증했다. 2010년에는 1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무역 거래에서도 미국의 비중이 96년 24%에서 지난해 16% 정도로 크게 줄어드는 등 미국 시장 의존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중국 증시의 변동성을 축소시키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우려로 경기 성장세가 둔화된다고 해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중국 경제가 내포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인 인플레이션 우려도 아직은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티라마니 매니저의 판단이다. 그는 “중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중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지목돼온 베이징올림픽 이후에 대한 시장전망도 긍정적이다. 그는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 증시에 몰린 자금의 급격한 이탈은 없을 것”이라며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한국이 서울올림픽 이후 성장세를 지속했던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브라질 펀드 : 월터 멘데스 이타우자산운용 사업부 CIO ■

- "장기 상승 기반 축적 중"

산은자산운용에서 지난 8월 초 설정한 산은삼바브라질펀드의 기세가 무섭다. 중국 펀드의 대안으로 브라질 및 중남미 펀드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2개월 만에 전체 수탁고가 700억원을 넘었다. 수익률 역시 설정 이후 20%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산은삼바브라질펀드는 브라질 최대의 금융기관인 이타우금융그룹의 투자자문을 받아 운용되고 있다. 자문을 책임지고 있는 월터 멘데스 이타우자산운용사업부 CIO는 매경이코노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브라질 경제는 이제 아메리카 대륙의 경제 대국, 나아가 향후 세계 경제를 이끌 유망한 신흥 경제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경제성장 추이는 한국과 많이 닮았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금리 하락, 외환보유액 증가, 통화 강세, 주가 상승 등 일련의 금융시장 흐름이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모습이다. 멘데스 CIO는 “브라질 경제를 둘러싼 거시 경제 환경의 변화로 브라질 증시의 장기적인 상승세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브라질의 명목 금리는 연 11% 수준. 전 세계에서 실질금리가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해 1년 뒤에는 8%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보유액 역시 올 들어 연초 대비 2배 증가한 161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의 지속적인 강세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 9월 말 현재 연간 5.4%의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역시 증시 상승의 근거가 되고 있다. 올 들어 BOVESPA(브라질증권거래소) 지수가 연초 대비 50%가량 상승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브라질 증시는 아직 전체 시장의 PER(주가수익률)가 12배에 불과하다. 60배가 넘는 중국 상하이 증시와 비교해보면 여전히 신흥 주식시장 가운데 저평가돼 있다는 게 멘데스 CIO의 시장 진단이다. 멘데스 CIO는 또 “퇴직연금 규모가 향후 3년 내 330조원으로 증가하고 자산 규모가 약 500조원에 달하는 브라질 뮤추얼펀드의 주식투자 비중이 높아져 수급에도 많은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러시아 펀드 : 올라얘그 비룰로프 JP 모건 러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 ■

- "고유가 예상한다면 러시아 증시에 투자해야"

RTS(러시아주가) 지수의 지난 7년 상승률은 무려 1000%. 올해 상승률은 10% 수준으로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반대로 기간 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는 뜻도 된다. 올 RTS의 소폭 상승은, 급격한 증시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일 뿐 장기 상승 추세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러시아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올리얘그 비룰로프 JP모건 러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시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예상한다면 러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고유가를 계기로 완전히 회복됐고, 고유가에 따른 혜택이 크기 때문. 실제 러시아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65% 이상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부문 기업이다.

비룰로프 매니저는 모스크바대 경제학과 출신의 러시아인으로, 대형 글로벌 자산운용사 가운데 유일하게 러시아 현지에서 기업분석을 바탕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JP모건은 또 러시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최대 외국인 투자회사다.

비룰로프 매니저가 설명하는 러시아 주식시장의 매력은 크게 4가지다. 우선 러시아 상장기업들의 평균 PER는 14배 수준으로,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중국은 물론 다른 신흥국가의 PER가 16배 수준인 점을 고려했을 때, 분명 저평가돼 있어 펀더멘털 측면의 매력이 있다. 둘째, 기업들의 주당순이익이 매년 7%씩 성장하고 있다. GDP 성장률보다는 확실히 높은 수준의 성장률이다. 셋째,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배당수익률이 높다. 특히 JP모건 러시아주식형펀드에 포함된 포트폴리오 기업의 연간 배당수익률은 4%에 달하고 있다. 마지막 요인은 러시아 루블화의 지속적인 평가절상이다. 오일머니 유입과 원자재 수출 증가로 지속적으로 루블화가 연간 4~7% 수준의 평가절상이 예상돼 전체 펀드 수익률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비룰로프 매니저는 이를 근거로 “연간 12% 수준의 안정적 펀드 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광재 기자 / 김다운 기자 / 기사제공 : 매경이코노미

      재테크/펀드 로그  |  2007. 11. 1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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